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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색

거짓말

거짓말(lies)

-타고난 거짓말쟁이들을 읽고(by 이언 레슬리)

 


말은 입에서 한 번 나오면 주워 담을 수 없기에 우리 선조들은 그렇게도 말조심을 강조했던 것이 분명하다. 그럼에도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다시 주워 담지 못할 말을 스스럼없이 하고는 한다. 바로 거짓말이다. 연인 사이에서의 거짓말은 다툼의 주된 원인이 되기도 하며 직장인들은 내가 왕년에 해봐서 좀 아는데~’ 식의 레퍼토리를 후배들에게 일설하고는 한다. 그 중에서도 단연 으뜸은 몇 년에 한 번씩 찾아오는 선거 유세의 장에서 보여주는 정치인들의 거짓말이 아닐까한다. 거짓말은 남을 속이는 행위라는 점에서 부정적인 인식이 강하기에 이런 거짓말들이 이 세상에서 없어진다면 살기 좋은 세상이 되지는 않을까라는 작은 기대심을 품어보지만 꼭 그렇지만도 않을 것 같다.

 

타고난 거짓말쟁이들-누가, , 어떻게 거짓말을 하는가?(이언 레슬리 지음, 북로드)’에서는 이러한 거짓말에 대한 다양한 면모, 특징들을 여러 사례를 통해 말해주기도 한다. 이런 거짓말은 의외로 우리가 성장해오면서 흔히 접하면서 배우고는 한다. 아이들은 어른들의 꾸지람을 피하기 위해서 서툴지만 거짓말을 해나가게 되고 이는 경험적으로 쌓여 능수능란한 거짓말쟁이로 성장하게끔 만드는 밑거름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거짓말은 속임이라는 행위와 또 다른 특징적인 면을 보여주기에 선한 의도로 행해지는 일명 하얀 거짓말, 의도치 않은 부작위 거짓말, 의도적인 작위 거짓말로 나뉘어 볼 수 있기도 하다. 사소한 재미로 이루어지는 거짓말도 그러한 종류 중에 하나이다.



(출처: Yes24.com)


 

거짓말이 무조건 부정적인 영향만을 끼치느냐하면 그것은 아니다. 남에게 폐를 끼치는 거짓말이 아닌 나 스스로를 속이는 거짓말이 대표적인 경우다. 거짓말의 긍정적인 효과는 필자도 학창시절 내에 익히 경험해본 바가 있다. 시험 문제를 푼다거나 모의고사를 보고 난 후에 채점을 하게 되면서 실제로는 더 많이 틀렸음에도 불구하고 나 스스로에게 이건 실수다, 맞출 수 있는 문제였는데 잘못 체크한 것이다등등의 이유를 들며 거짓말을 하였었다. 당시에는 거짓말을 함으로써 남들에게 드러나는 점수를 조작하는 것에 신경을 썼었지만 역설적으로 그 안에서 나름 안정감을 찾을 수 있었다. 다행히 스스로에 대한 거짓말은 결국 나중에 좋은 시험 성적으로 돌아오기까지 하였다. 이는 결국 자기기만을 통해서 긍정적인 효과를 이끌어내었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이는 지극히 필자의 개인적인 사례에 그치기는 하지만 이처럼 거짓말의 긍정적인 효과는 플라시보 효과나 인지부조화 이론을 통해서 확인까지 가능하다는 점에 비추어 보았을 때에는 꼭 틀린 말은 아니라고 본다.


 

물론 거짓말이 가져오는 부정적인 면모는 우리 사회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가깝게는 세월호 사건에서 볼 수 있었던 해경의 구조상황에서의 거짓말, 생존자가 아직 안에 있다는 거짓말 등에서부터 시작하여 임병장 사건에서의 국방부의 잇따른 거짓말, 이웃 나라의 수장이 우리나라의 영토를 자기네 땅이라고 말하는 거짓말 교과서에 이르기까지 그 말에 속는 사람들과 그들이 본 피해는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이다. 악의적인 의도를 가지고 하는 거짓말에 정직하고 투명한 시민들이 아픔을 겪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보면 아우구스티스 혹은 기독교에서 말하는 거짓말은 무조건 죄, 거짓말을 하지 마라는 것이 옳은 것은 마땅해 보인다.



(놀이용 거짓말 탐지기-놀이용이지만 본래의 것과 원리는 같다)


 

이런 거짓말에 속기 전에 알아차릴 수 있다면 좋겠지만 알면서도 속아주는 거짓말과는 달리 사기꾼과 같은 사람들의 거짓말은 쉽게 알아채기 어렵다. 이쯤 되면 생각나는 것이 바로 거짓말탐지기(Polygraphy)’이다. 레슬리의 책에서도 확인해볼 수 있다시피 거짓말탐지기는 인간의 생리적 변화를 측정하여 이상 상태를 판가름 하는 것이기 때문에 의외로 생각보다 허술한 면이 많이 존재한다. 장난감처럼 나오는 거짓말탐지기는 순간의 짜릿함과 재미를 선사해주기라도 하지만 중요한 순간에서의 잘못된 거짓말탐지기의 판단은 어떤 이들에게는 큰 상처를 주기도 한다. 공소시효 때문에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대구 황산테러 사건에서도 유력한 용의자의 진술이 거짓말이 아니라는 탐지기의 판단이 지금까지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놓치고 있는 상황을 만든 단초를 제공하였다. 이렇게 작정을 하고 허위자백을 한다거나 자기 스스로를 속이는 리플리 증후군에 걸린 사람들의 경우에는 거짓말이 거짓말 아니게 되는 결과에까지 이르게 된다.


 


속인 자와 속은 자의 관계는 이루 말하기 복잡하기 이를 데 없다. 개인, 조직, 국가, 사회가 모두 속이고 속는 주체의 요소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요소 간에 다양한 관계가 성립할 수 있겠지만 거짓말이 행해지는 자리나 상황에 따라서 그 영향력은 상당한 차이를 보이고는 한다. 단순히 친구들 사이에서 이루어지는 허세식의 거짓말은 속는 사람의 입장에서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는 정도의 힘을 지녔다고 한다면 한 나라나 조직의 권력을 지니고 있는 사람이 말하는 한 마디는 해당 단체 전체에 파장을 끼치기도 하는 것이다. 이를 잘 활용한 예가 나치 정권시절의 히틀러와 괴벨스이다. “대중은 작은 거짓말보다 큰 거짓말에 잘 속는다.”라는 사실을 알았던 이들은 그 당시에 라디오 하나로 독일 국민들을 모두 속여 선동을 시키기도 하였다. 거짓말의 위력은 이처럼 예상하는 범위를 초과하여 나타날 수도 있기에 그만큼 거짓말쟁이들이 가지는 그 말에 대한 스스로의 판단과 책임의 몫은 큰 것이다.


 

의도했던 의도치 않았던 간에 하루 동안 사람들은 수없이 많은 거짓말을 하고 다닌다. 거짓말 없이는 이 세상을 살아갈 수 없을 정도인 것 같다. 이 시간에도 어디선가 거짓말을 하며 사기를 치고 다니는 사기꾼들이 도처에 있을 것이며 언론을 통해서도 거짓말을 하고 있는 장관 후보자가 논란의 중심이 되고 있기까지 하다. 거짓말 자체가 좋은 것인지, 나쁜 것인지, 필요악인지에 대한 판단은 제각기 다를 수는 있어도 중요한 것은 거짓말을 감추기 위해서 또 다른 거짓말을 하듯이 거짓말은 거듭된 거짓말을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거짓말로만 가득한 사회는 제대로 운영되고 발전해나갈 수도 없다. 신뢰가 무너진 사회가 치러야 할 비용을 우리는 세월호 사건에서 이미 보지 않았는가. 타인에게 피해를 입힐 목적과 의도로 한 거짓말은 어떤 이유로도 옳지 못한 행동이다. 거짓말을 해서는 안 되겠지만 했다면 즉시 용서를 구하여야 하지 않을까. 하지만 이리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오늘도 거짓말을 해버린 필자야말로 얼굴을 들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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