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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색

어린왕자(Le Petit Prince)


<길들여진다는 것……>


우리들은 누구나 어떤 것 혹은 누군가를 오랜 만에 만나면 몹시 반가움 마음이 들고는 한다

그것이 사람이든, 책이든, 거리이든 무엇이든 간에 기억 속에 가지고 있던 본래의 모습을 볼 수 있다는 사실은 흥분과 동시에 아련함을 준다. 우리가 어린 시절을 회상하면 뿌옇게 떠오르지만 오히려 그 뿌연 몽환적인 느낌이 사람의 마음을 알 수 없게 만드는 것처럼...



(출처: yes24.com)



10여년도 넘은 기간이 지나고

오랜 만에 만난 '어린 왕자'는 분명 나의 어린 시절에도 만난 적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어딘가 낯선 모습을 하고 있었다. 서로가 서로에게 익숙하지 않기 때문일 수도 있고 나이를 먹은 내가 달라진 것인지도 모르겠다

바오밥 나무, 소행성 B612, 코끼리를 삼킨 보아뱀......

몇 가지 키워드로 기억되던 어린 왕자는 세월이 흘러 어느 새 나에게는 지독하게 만큼 외로운 인물이 되어 있었다.



천진난만하게 어린이들을 생각과 마음을 상징하던 어린 왕자는 이번에 나에게 꽃과 여우를 통해 길들여진다는 것을 다시금 생각하게끔 기회를 주었다. 자신의 별을 떠나오면서 화산과 꽃에게 작별 인사를 나누었던 어린 왕자가 지구에 와서 자기 별에 있던 꽃과 똑 같은 꽃이 수없이 피어 있는 것을 보고 슬퍼하는 모습에서 영화 은교가 떠올랐다. 여주인공인 은교가 모두 같은 것으로 치부해버리는 사고를 비꼬며 모든 사람들에게 같은 의미인 물건은 없음을 역설하는 장면이 오버랩 된다. 그러고 보니 어린 왕자와 은교, 어딘지 많이 닮은 두 인물이라 생각되지 않는가.



     

[어린왕자(좌) 와 은교(우)]



소유함으로써 부여되던 나만의 것, 관계의 형성이라는 과정이 없어지게 되고...

이는 Special to me.

즉, 나에게만 있고 나만이 갖고 있는 객체와의 연결성이 없어졌음을 의미한다. 그렇기에 길들여진다는 상징성이 없어진 객체와의 관계에서는 상대적인 특별함을 느끼지 못하게 되는 슬픈 현실과 마주하게 되는 것이다.


누구나 다른 사람이 준 특별한 선물, 물건 혹은 사람이 있다

어머니가 주신 가방, 절친이 선물해준 책, 은사님이 선물해준 볼펜.......

같은 종류의 가방이나 책, 볼펜은 수없이 있을지는 몰라도 내가 받은, 나만의 똑같은 물건은 존재하지 않는다.



[어린왕자와 여우]



어린 왕자에서 어린 왕자와 여우가 서로 길들여지면서 깨닫는 서로에 대한 소중함과 특별함

같은 꽃이라도 내가 보살핀 꽃과 겉모습만 비슷할 뿐 내가 보살피고 관계를 맺었던 꽃은 

오직 이 세상에 존재하는 하나뿐인 꽃이라는 것을 사람들은 잊어버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

자기가 길들인 것에 대해서는 영원히 책임이 있다는 사실을 잊어먹고 있는 사람들이 

바로 요즘 유행하는 말처럼 나쁜 사람인지도 모른다.




[Return to home]



어린 왕자는 다시 자신의 별로 돌아갔다

(나 자신이 돌아갔다고 믿고 싶은 건지도 모르겠지만 그는 돌아갔음에 틀립없다.) 

자신이 길들여 놓은 꽃과 화산이 있는 별로 말이다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어 무한정 소유하고자 하는 욕구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러나 이 때문에 소유한다는 것에 대해 무조건 부정적으로 바라만 보아서는 안 된다

자유는 늘 그렇듯이 자유가 있는 곳에는 책임이 항상 뒤따른다

소유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자신이 소유하고 길들인 그 무언가에 대해서 책임을 갖는 태도를 수반한다면 

나 자신만의 무언가를 가질 수 있다는 것은 매우 매력적이다. 

어린 왕자의 친구인 여우가 말한 한 가지만 감내해낼 수 있다면 말이다.

 



, 한번 길들여지면 좀 울게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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