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색

사랑, 사람, 삶을 바라본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막장과 명작의 경계선

-사랑, 사람, 삶을 바라본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최근 어느 조사에 따르면 트위터 멘션에서 언급된 ‘~하고 싶다1위가 바로 자살하고 싶다.’라고 한다. 어느 새 대한민국에서 20대의 가장 큰 사망원인이기도 한 자살은 날이 갈수록 현대 사회에서 사회적으로 문제시 되고 있다. 자살이라는 매스컴의 보도가 잇따를 때마다 지나친 확대 해석 및 언급이 더욱 큰 사회적인 파장을 낫는다는 우려의 시선이 있고 이 시선에 내재되어 있는 것 중에 하나가 바로 '베르테르 효과'라 불리는 것이다.



*베르테르 효과[Werther effect]란?

자신이 모델로 삼거나 존경하던 인물, 또는 사회적으로 영향력 있는 유명인이 자살할 경우, 그 사람과 자신을 동일시해서 자살을 시도하는 현상을 일컫는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문학동네] 

(이미지 출처: Yes24.com)



바로 이 베르테르 효과라는 사회적인 현상에 대한 단초를 제공한 작품이 요한 볼프강 폰 괴테(1749~1832)젊은 베르테르의 슬픔[Die Leiden des jungen Werthers]’이란 작품이다

그렇지만 이 때문에 많은 이들이 이 작품에 대해서 자살에만 초점을 맞추고 이해하고 있는 부분이 크다. 베르테르라는 작품 속의 주인공이 권총으로 자살을 선택하며 죽는 것은 사실이지만 중요한 것은 그것이 아니다. 그 앞뒤에 배치되어 있는 어떤 사건과 배경에 대한 충분한 인지와 함께 작품 전반적으로 다루고 있는 사랑과 인생에 대한 주인공의 태도, 관점을 바라보아야 할 필요가 있다. 이면에 존재하는 그것을 볼 수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이 작품은 명작인 고전이 될 수도 있으며 막장으로 평가받을 수도 있게 된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은 괴테의 자전적인 작품이다. 법무관이던 시절의 자기 경험을 바탕으로 써내려간 사랑과 인생에 대한 메시지를 담은 책이다. 사랑과 정열을 그대에게, 불타오르는 사랑에 대한 참모습을 보여준 베르테르는 사랑에 빠졌을 때나 써진다는 콩깍지의 모습을 극명히 잘 드러내주는 캐릭터이다. 한눈에 반하게 된 로테와의 가슴아프고도 아름다운 사랑을 서간으로 하는 베르테르의 심리상황에 대한 묘사를 통하여 작가는 젊은 청춘들이 겪을 수 있는 위대한 사랑을 나타내고자 한다. 사랑에 빠진 베르테르가 어떤 심정, 어떤 생각을 가지고 바라보느냐에 따라 아름다운 풍경과 노을이라도 행복하게 다가오기도 하며 가슴이 사무치게 시린 아픔으로 다가올 수도 있는 것을 보여준다. 죽음과도 맞바꿀 수 있는 사랑의 존재, 감정은 인간이 받을 수 있고 베풀 수 있는 가장 고귀하면서도 중요한 것임을 나타낸다.

 


당신은 베르테르만큼의 정열적이고 순수한 사랑을 해본 적이 있는가?


 

이러한 사랑으로 비롯하여 발생된 관점의 차이는 이 작품을 단순히 이루어질 수 없는 비윤리적인 불륜을 저지르고자 하는 막장으로 이끌어갈 것인가, 순수한 사랑에 대한 정열을 묘사한 명작으로 이끌어갈 것인가를 결정한다. 어떻게 보면 아침드라마에서 볼 법한 막장드라마의 구조와 비슷한 형식을 취하고 있기는 하지만 이를 풀어내는 방식에 있어서는 엄연한 차이점이 존재한다. 단순히 치정과 같은 사랑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에 대한 경외, 부조리한 공직 사회에 대한 비판, 삶을 살아가는 주체자로서 인간이 지향해야 할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면서 동시에 베르테르의 로테에 대한 사랑을 전체적인 큰 맥락에서 다루고 있는 것이다.

 


'자살'에 대한 관점의 차이도 마찬가지다. 내가 직접 느껴보지 못했기 때문에 함부로 단언할 수는 없는 일이다. 필자가 자살이라는 행동, 결정에 대해서 개인적으로 가지고 있는 생각과 작품에서 작가가 베르테르를 통해 보여준 점은 대치되는 면이 있기는 하지만 말이다.

 



기쁨, 슬픔, 괴로움 등 희로애락의 감정을 참는 데도 한도가 있는 법이고, 그 한도를 넘으면 당장에 파멸하고 말아요. 따라서 이런 경우 어떤 사람이 강하다 약하다 하는 것이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라, 정신적인 일이건 육체적인 일이건 간에 자기의 고통의 한도를 견디어낼 수 있는가 없는가가 문제지요. 따라서 나는 자기의 목숨을 스스로 끊는 사람을 비겁하다고 부르는 것은 마치 악성 열병에 걸려 죽어가는 사람을 겁쟁이라고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이상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본문 중에서

 



자살이라는 것이 사람의 선택인가 아님 불가항력의 힘인가를 나타내는 베르테르의 이 말을 통해서 자살에 대한 다른 시각을 제시해주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명한 점은 이 작품을 통하여 자살을 선택한 베르테르의 행동을 모방하여 선택한 자살이라는 행위는 절대 정당화 될 수도 없으며 비겁한 변명이라는 것이다.

 


필자가 개인적으로 무엇보다도 이 작품의 핵심이 된다고 느낀 메시지는 가장 행복할 수 있었던 근원이 때로는 가장 불행하게 만드는 근원이 되기도 한다는 것이다. 무언가를 지극히 아끼고 사랑할 수 있다면 그것을 놓아주고 보내주어야 할 때 자연스럽게 그렇게 하는 것이 영원할 것만 같은 행복을 영원한 불행으로 만들지 않을 수 있다. 우리들에게는 누구나 소중한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그들은 언젠가 떠나갈 수밖에 없는 섭리를 가지고 태어났다. 물리적으로든 정신적으로든 그들을 떠나보내야 할 수밖에 없다면 행복한 마음으로 보내주는 것이 좋지 않을까. 물론 그 상황이 되지 않고서는 그 느낌을 알지 못하리라.

 


결국 글의 서두에서 말한 베르테르 효과는 이 시점에서부터 다르게 해석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사랑과 삶의 주체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베르테르를 통해서 베르테르의 효과는 다시금 정의되어야 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즉 베르테르 효과는 사랑, 사람, 삶에 목숨을 바칠 정도로 열정적으로 살다간 사람을 모방하여 사람들이 현실에 타협하지 않고 자신에게 떳떳한 삶을 살아가는 행태를 의미하는 것으로 말이다. 

베르테르는 단순히 상징적으로 보이는 자살이라는 행동에 의미를 둔 것이 아니라 그 바탕이 되는 사랑과 사람, 삶에 대해서 고뇌하고 배려하며 자신의 모든 것을 바치려 했으며 이는 현대 사회에서 살아가는 젊은이들뿐만 아니라 모든 이들이 살아가는 데 참고해야 할 부분이다



'사색' 카테고리의 다른 글

거짓말  (0) 2014.07.17
색채(Color, Tone)  (0) 2013.10.22
시간 여행  (0) 2013.06.17
어린왕자(Le Petit Prince)  (0) 2013.04.23
빅 픽처(Big Picture)  (0) 2013.0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