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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색

스티브 잡스의 프레젠테이션

하나의 메시지에 이르기 위한 설득의 여행


 

스티브 잡스의 스피치가 시작되면 모든 청중들은 그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귀를 기울이며 그의 스피치 내용에 빠져든다. 그의 스피치는 일종의 스티브 잡스와 함께하는 여행이라고 볼 수 있다. 잡스는 중요한 하나의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여행을 스피치를 통해서 시작하는 것이다. 그의 스피치는 다양한 내용과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동시에 일관된 흐름의 내용에서 벗어나지 않는 특징을 보여준다. 스탠포드 졸업식 축사나 아이폰 공개 프레젠테이션과 같이 공식 석상에서 진행되는 잡스의 스피치가 보여주는 주요 특징은 마치 목적지를 모르고 출발하지만 스피치가 끝날 때쯤엔 도착지가 전달하는 메시지를 다 습득한 상태에서 도착하게 해준다. 그만큼 그의 스피치는 자연스러우면서도 유쾌하게 영향력 있는 상징적 메시지를 전달해준다.

잡스의 스피치는 겸손을 떨지 않으며 자신감 있는 태도로 시작한다. 스피치가 메시지로 이끄는 여행이 멋진 여행이 될 것임을 청중에게 보여주는 것이다. 겸손한 태도는 아니지만 그만의 자신감 있는 태도는 자만하는 것처럼 보이지도 않는다. 청중에 대한 존중심을 보여주면서 무시하지 않는 그는 청중들에게 자신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달라고 간접적으로 부탁하게 된다. 특히 그가 본격적인 이야기에 앞서 보여주는 미소와 웃음은 실제로 청중이 그의 이야기에 편히 집중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한다. 그러면서 자신의 이야기가 어떻게 구성되어있는지를 명확히 말해준다. 예를 들어 스탠포드 축사에 경우에는 자신의 인생의 세 가지 이야기를 말해준다고 하며 전체 구성을 알려준다. 아이폰 출시 프레젠테이션의 경우에도 새롭게 선보이는 특징적인 3가지 혁신적인 제품들에 대하여 미리 언급을 한 뒤에 스피치를 이어간다. 이는 마치 논문에서 초록과 목차를 제공하는 것과 같은 기능으로 스피치에서는 그 내용 구성을 알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것을 전체적인 구성제시를 통하여 대체한 것이다. 잡스의 설득의 여행은 그렇게 여정을 제시한 뒤에 천천히 시작하게 된다.

상대방들을 설득하기 위한 여행은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연설자인 잡스의 자연스러우면서도 과장되지 않는 자세와 어조는 듣는 이들로 하여금 편안하게 한다. 편안한 마음가짐을 가진 청중들에게 전달되는 스피치는 부정적으로 인식되지 않으며 긍정적으로 바라보게 만들고 그럴싸하게 들리게 한다. 또한 연설 중간 곳곳에 가미되어 있는 그만의 유머러스함은 자연스러움을 더욱 강화시킨다. 아이폰 사용할 때에 손가락의 터치를 이용한다는 특징을 그는 스타일러스 펜을 이용한 유머를 통하여 강조한다. 이때에 그는 청중들의 자연스러운 호응을 유도하면서도 적절한 환기 시간을 가짐으로써 다시금 그의 스피치에 집중하게 만든다.

잡스는 역사를 부정하지 않는다. 오히려 이전에 나왔던 것들에 대하여 그것의 가치를 인정하고 그것으로부터 발전해왔다는 것을 자랑스럽게 여긴다. 통시적인 시각에서 온고지신의 태도로 옛 것을 받아들이고 그것으로부터 새로운 것을 창조해내는 것이다. 잡스만이 내세우는 혁신성은 이전 것들과의 대조를 통해서 더욱 인상 깊게 청중들에게 전달된다. 아이폰을 내세우면서 동시에 이전에 존재하였던 다른 스마트폰들의 가치를 인정한다. 마찬가지로 자신이 애플사로부터 쫓겨난 과거에 대해서도 인정하고 그것으로부터 배움을 얻었으며 현재에 많은 도움이 된다고 언급한다. 이는 그의 과거와 역사를 부정하지 않는 태도를 명확히 보여주고 있다. 과거에 대해 비난하지 않고 오히려 도움이 되는 것이라 평함으로써 청중은 잡스가 제시하는 메시지나 제품에 대하여 긍정적인 시각을 가질 수 있는 것이다.

당연히 일방적인 메시지 전달은 청중에게 잘 전달되지 않으므로 잡스는 청중들과의 소통, 공유, 공감을 이끌어내려고 노력한다. 이를 통하여 같은 경험을 했다는 동질성과 함께 청중들을 이해한다는 태도를 보여준다. 우리라는 인식을 자연스럽게 형성해내는 것이다. 스탠포드 연설에서 잡스는 제가 여러분 시절에는했습니다.’라는 식의 내용을 많이 전달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청중이 졸업하는 학생들임을 고려하여 연사와 청중이 동시에 경험하였던 부분을 공유함으로써 청중의 공감을 더욱더 효율적으로 유도한다. 이러한 경험의 공유는 과거적인 부분만 아니라 실시간으로도 이루어짐을 확인할 수 있다. 아이폰 프레젠테이션을 하면서 그는 실시간으로 아이폰을 통하여 체험할 수 있는 기능들을 보여줌으로써 경험을 공유하고자 한다. 청중들은 직접 시연하는 그와 함께 그것을 받아들이고 공유함으로써 단지 그것을 수용하는 입장이 아닌 능동적으로 사용하는 사람이 된 것과 같은 기분을 느낄 수 있는 것이다. 과거와 현재의 경험을 공유한다는 것은 청중들의 공감을 자신의 스피치 안에서 이끌어낼 수 있음을 의미하게 된다.

스피치를 통해서 잡스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어찌 보면 매우 단순하다. 단 하나의 제품, 단 하나의 메시지, 단 하나의 교훈이 스피치 안에 담겨져 있는 것이다. 같이 경험을 공유하고 분위기를 편안하게 만들고 청중들을 집중하게 하면서 그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단순한 하나의 메시지이다. 서로 연관이 없어 보이는 스피치 중간의 내용들은 결과적으로 하나의 메시지로 연결이 되면서 메시지의 의미를 강화시킨다. 스탠포드 연설에서도 잡스는 그의 죽음에 대한 경험과 인생에 있어서의 자세를 3가지의 사건으로 구성하면서 각각의 사건들이 의미하는 바를 ‘Stay hungry, Stay foolish’의 메시지로 귀결시킨다. 단순한 일화 소개와 인생 회고를 넘어서는 메시지를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 처음 이 연설을 들었을 당시에만 하더라도 죽음에 대한 생각은 깊고 진지하게 해본 적은 없었던 필자에게 상당한 영향을 주었을 뿐만 아니라 그가 전달하고자 메시지를 매우 강력하게 받아들일 수 있었다. 또한 그는 이러한 메시지 전달을 위해 단순하면서도 상징적인 이미지들을 주로 사용한다. 아이폰 프레젠테이션의 화면은 텍스트가 아닌 이미지로 주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러한 상징적인 이미지들은 말로는 부족한 메시지의 의미 전달을 효과적으로 이루어지게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메시지 전달을 위한 설득의 여행은 마지막 요약과 강조를 하면서 마무리가 된다. 잡스는 스탠포드 연설에서 전하고자 하는 주된 메시지였던 ‘Stay hungry, Stay foolish’를 두 번 정도 반복해서 말하면서 직접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한다. 또한 스피치의 마지막을 이것으로 마무리하며 강조한다. 아이폰 프레젠테이션에서도 발표한 4제품에 대하여 언급하고 이 제품들이 어떤 가치를 가지는지 요약을 하며 마무리 한다. 스피치를 통한 설득의 도착지가 어디인지를 확실히 확인시켜주면서 청중들이 한 번 더 이것을 생각해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도착지에 이르기까지 완벽함 모습만을 보여주는 잡스는 마지막까지 청중을 배려하며 스피치를 마친다. 이는 그가 이용자들을 우선으로 배려하면서 제품을 개발하는 모습과 같다. 이와 같이 청중을 끝까지 배려하는 스피치였기 때문에 설득을 위한 여행은 성공적으로 끝마칠 수 있었을 것이다.




<아이폰 처음 소개 프레젠테이션 동영상>




<스탠포드 졸업식 스피치-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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