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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색

프레임(Frame)

프레임, 이제는 다양하고 통합된 프레임이 필요하다.


 


어떤 일에도 예스를 외치는 이들을 보고 우리는 그들을 예스맨이라고 부른다. 최근 예스맨처럼 모든 일에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하라는 것이 요즘 사회에서 유행하고 있다. 매사를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사고한다면 일의 효율성이나 자기 만족감이 높아진다는 이유 때문이다. 이렇게 생각하고 바라보는 것에 있어서 차이가 나는 것을 보여주는 경우는 예전부터 있어왔다. 대표적으로 같은 양의 물을 보고도 물이 반밖에 안남았네물이 반이나 남았네로 반응이 나뉘는 경우처럼 말이다. 이는 과학적으로도 플라시보 효과(Placebo Effect)’로 입증이 되기도 하였다. 사람이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똑같은 현실이나 물건이라 할지라도 다른 효과가 난다는 결과에서 볼 수 있듯이 이렇게 시각이나 관점은 인간이 사고하는 데에 있어서 많은 영향을 끼치게 된다. 이는 결국 사람을 설득하는 과정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사람마다 시각이나 관점의 차이가 존재하기 때문에 일정한 사실을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다양한 형태의 반응이 나타나게 된다. 최인철 교수는 이 현상들 가운데 존재하는 시각이나 관점을 하나의 프레임으로 보면서 이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최교수는 프레임에 대해서 프레임은 한마디로 세상을 바라보는 마음의 창이다. 어떤 문제를 바라보는 관점, 세상을 향한 마인드 셋, 세상에 대한 은유, 사람들에 대한 고정관념 등이 모두 프레임의 범주에 포함되는 말이다. 마음을 비춰보는 창으로서의 프레임은 특정한 방향으로 세상을 보도록 이끄는 조력자의 역할을 하지만, 동시에 우리가 보는 세상을 제한하는 검열관의 역할도 한다.(p.15)”로 정의하였다. 이처럼 프레임은 말 그대로 하나의 세상을 바라보는 창으로써 개인이 끼고 있는 색안경으로 작용하게 되는 것이다. 설득의 과정에서 프레임은 말하는 화자와 듣는 청자 사이에서의 여과기 역할을 하면서 때로는 같은 것을 두고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하는 경우까지 발생하게 한다. 개인부터 집단에 이르기까지 프레임은 인간이 사고하는 모든 곳에서 영향을 끼치게 된다. 그러므로 다양한 프레임에 대한 이해와 함께 통합적인 프레임 형성은 설득을 하고 당하는 입장에서 모두 필요한 전제조건이 된다.

 

처음으로 사람들이 갖고 있는 프레임이 서로 다르다는 것을 여실히 깨달았던 때는 대학 입시를 준비하던 때였다. 진학 고민 상담을 위해 상담소를 방문한 적이 있었는데 대학에 진학하는 데에 있어서 나라는 사람이 평가될 수 있는 여러 요소들을 기준으로 평가를 받았다. 그 결과, 상담소에서 나에게 내린 결론은 목표로 하고 있는 학교를 포기하고 현재 성적에 맞춘 다른 학교로 진학할 것을 추천하는 것이었다. , 상담소가 갖고 있던 프레임은 비교하는 기준 대상을 현재로 맞추고 나의 성적 및 평가요소를 바라본 것이다. 이는 안정적이고 가능성이 더 높은 것이 사실이었으나 실패를 염두하고 도전에 대한 방어적인 성격이 강하였다. 하지만 그 때 내가 갖고 있던 생각은 앞으로의 가능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 성적 향상과 더불어 여러 가지 요소를 고려하였을 때 목표로 하고자 하는 학교를 갈 수 있다는 생각이었기 때문이다. , 내가 갖고 있던 프레임은 기준 대상을 미래에 맞춤으로써 불안하면서도 확률은 낮았지만 도전적이고 진취적인 성취를 목표로 삼았던 것이다. 결국 그들은 나를 상담 결과 방향대로 설득시키지 못하였고 서로가 갖고 있는 프레임의 차이만 확인할 수 있었다. 이를 통해서 고유한 나라는 존재의 의미가 기준, 비교가 되는 대상을 무엇으로 설정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을 처음으로 알 수 있는 사건이었다.

 

일상생활에서 설득이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부분 중에 하나가 소비 마케팅이다. 판매자는 구매자를 설득하여 비싼 값에 상품 및 서비스를 팔려고 하며 구매자는 싼 값에 자신이 원하는 것을 구매하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특히 그것이 값비싼 것일수록 판매자와 구매자간의 신경전은 치열하다. 1년 전, 우리 가족이 TV를 구매할 때에 일이다. 각기 서로 다른 프레임 때문에 판매자와 우리 가족 간의 이견은 좀처럼 좁혀지질 못하였다. 구매 가격에 대한 할인 혜택을 적용하는 방식에 대해서 판매자는 적립금을 통한 더 많은 추가적인 혜택을 강조하는 한편 우리 가족은 직접적인 가격 할인을 바라고 있었기 때문이다. 판매자는 이처럼 단순한 단기적인 이익뿐만 아니라 미래의 일어나지도 않은 소비까지 가정하여 추가 소비를 조장하는 프레임으로 구매자의 프레임자체를 바꾸려 한다. 단지 할인 혜택 수준만 판단하고 적립금을 받는 쪽으로 구매하는 사람이라면 그들은 이미 판매자에게 설득을 당한 것이다.

 

프레임은 이렇게 개인뿐만 아니라 집단에게도 큰 영향력을 발휘한다. 지난 한진 중공업 사태를 취재하고 기사를 분석하면서 느낀 집단 간의 프레임은 달라도 너무 달랐다. 미디어를 통해서 보는 한진 중공업 사태는 단지 불량 노동자들의 불법 파업일수도, 자신들의 노동 환경과 인권을 보장 받기위한 타당한 파업으로 비춰질 수 있었다. 보수와 진보 집단을 설득하고 정당화하기 위하여 보여준 언론의 보도 행태는 자신들과 동일한 프레임을 갖고 있는 집단을 견고하게 하면서도 자신들의 프레임 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타파하고자 하는 모습을 강력하게 보여주었다. 이를 통해 보수 쪽의 사람들은 한진중공업 상태의 본질을 깨닫지 못하면서 무조건적으로 언론이 보도한대로 인식하고 비판하였다. 반면 진보 쪽 사람들은 사태가 가지는 중요성을 깨닫고 한진중공업 사태가 대표하고 대변하는 그 이면에 숨겨진 노동에 대한 의미를 알리고자 하였다. 하지만 서로가 갖고 있는 프레임에 대한 차이는 알려고도 하지 않음으로써 사태는 더욱 악화되었고 크레인 고공 농성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을 통해서야 그나마 진정되었다. 그렇지만 진정한 프레임에 대한 이해와 서로 간에 간극이 줄어들지 않았기에 갈등은 아직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집단에서 프레임이 갖는 영향력은 그만큼 매우 큰 것임을 알려주는 것이었다.

 

아는 만큼 보인다.’라는 말이 있다. 단순한 하나의 그림을 보더라도 그 그림이 누구의 작품이며 언제 어떤 상황에서 그려졌는지,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지에 대한 관련 지식이 있다면 더욱 깊게 감상할 수 있다. 이렇듯이 어떤 특정한 사실을 바라보는 데에 있어 필요한 관련 지식은 바로 프레임이라 할 수 있다. 일련의 관련 지식만으로는 전체적인 작품의 특성, 의미를 파악할 수 없듯이 프레임 또한 하나의 프레임에 잡혀있는 것만으로는 전체를 바라볼 수 없다. 다양한 프레임을 이해하고 프레임과 프레임간의 차이를 인정하면서 그 한계점을 바라볼 때가 되어야 제대로 된 사실을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기에 올해 대선을 앞두고 우리가 주목해야할 최대의 화두는 경제민주화이다. 경제민주화를 말하는 각 후보의 프레임은 각기 다르다. 각 후보들의 프레임으로 바라본 경제민주화는 무엇이고 각 프레임이 갖고 있는 특징과 한계점을 알아야 제대로 된 경제민주화가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다양하면서도 통합된 프레임이다.


<최인철 저(서울대 심리학과 교수), 2007, 21세기북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