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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시렁구시렁

인지부조화(Cognitive dissonance)

언행일치의 또 다른 형태, 인지부조화

 

당신은 핑계 대지마, 변명 하지 마, 합리화 시키지 마.” 와 같은 말을 주로 듣는 사람인가? 혹은 자신이 믿는 사실이 진실이 아닌 것을 앎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믿은 적이 있는가? 그렇다면 당신은 자기 합리화에 능하다고 자평해도 좋을 것이다. 왜냐하면 자기의 행동에 대한 핑계나 변명거리를 만들려는 것은 일치하지 않는 자신의 행동과 생각을 일치시키려는 하나의 수단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몇 년 전, 사회적 공인들의 학력위조 사태가 문제시 되었을 때부터 시작된 일명 타진요사건의 피의자들이 주장하고 보여주었던 일련의 과정들은 이러한 행동과 인식의 불일치가 되는 상황을 가장 극명하게 나타낸다. 한 가수의 학력 위조 사실을 굳게 믿고 행동했던 것과는 달리 실제 학력 위조가 아님을 들어내는 근거가 뒷받침되었고, 그들의 주장, 믿음을 흔들렸다. 하지만 결국에는 오히려 피의자들이 학력 위조라 생각하던 인식이 더 강해지는 것을 보여주었다. 이러한 현상을 인지부조화라고 한다.

 

이처럼 자신의 행동과 생각이 일치하지 않을 경우에 인지부조화 현상이 발생하게 된다. 심리학자 Leon Festinger에 의해서 주창된 이 이론은 누구나 인식부조화로 인한 불일치 상태보다는 행동과 생각이 일치하는 상태를 선호하기에 이러한 불일치 상태를 해소하기 위해서 사람들은 이미 저질러 바꾸기 어려운 행동보다는 자신이 내적으로 갖고 있는 태도를 행동에 따라 바꾸게 된다는 것이다. 인지부조화 이론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우선 자신이 행했던 행동을 되돌릴 없고 취소할 수 없어야하여 외부적으로 합리화 시킬 수 있는 요인이 불충분해야 한다. 만약 합리화 할 수 있는 강한 요인이 있으면 자기 합리화를 통해 자신의 태도를 변화시키기 보다는 외부 상황적 요인 탓으로 돌리기 때문이다. 외부적인 요인으로 합리화시킬 수 있는 조건이 불충분할 때서야 사람들은 자신의 태도를 바꾸게 되는 것이다. 인지부조화 이론은 개개인부터 시작하여 사회 구성원 전체에 영향을 줄 정도로 범위가 크게 적용된다.



개인적으로 올해 초부터 좋은 일을 하고자 하는 신념하에 태도와 행동으로 보여주고자, 필자는 한 기부단체에 매달 3만원씩 기부를 시작하게 되었다. 유명한 연예인이 속해있기도 하고 나보다 어려운 사람들이 많다는 것은 이미 당연히 알고 있었기에 그들에게 도움을 드리고자 하는 목적이었다. 큰돈은 아니지만 아끼고 절약하며 좋은 일에 기여하나는 일념으로 기부를 해오던 와중에 예상치 못하게 재정이 바닥이 나게 되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기부를 못하게 되었는데 화장실 들어갈 때와 나올 때 마음가짐이 다르다고 했던가. 생활하기에도 모자란 재정에 급기야 기부를 계속 해야 하나라는 회의감에 사로잡히기 시작하였다. 기부를 하고 싶어도 이미 시간은 흘러갔고 다음 달에 추가하여 하기에는 더 큰 부담이 되었기에 필자는 기부를 못하고 있는 여러 가지 외부 상황적 요인들, 즉 합리화시킬 수 있는 변명거리를 찾기 시작하였다. 아직 학생의 신분이라는 점, 경제적으로 부모님에게 의존하고 있는 점들을 고려하였을 때 개인적으로 남을 도울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고 판단하기에 이르렀다. 여유가 될 때 기부를 하자고 생각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이는 처음 기부를 할 때에도 고려하고 생각했던 부분이었기에 나 자신을 합리화시키기에는 부족하였다. 그리하여 기부단체재단의 투명성, 신뢰도에 대해서 의심을 하기 시작하였으며 결국에는 해당단체에는 기부를 중단하기로 결정하였다. 기부라는 것에 대해서 나쁘다는 태도를 가질 수는 없었기에 기부단체에 대한 태도를 바꿀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또한 필자가 자주 주기적으로 인지부조화 현상을 겪는 때는 인터넷 쇼핑을 하고나서 물건을 직접 배송 받았을 때이다. 인터넷 쇼핑의 특성상 실제로 물건을 직접 만져보고 입어보고 살 수 없기 때문에 쇼핑몰에서 제공하는 이미지만을 참고하여 구매할 수밖에 없다. 구매를 완료한 후 배송이 되어 왔을 때에 상품에 만족하는 때도 있지만 생각했던 것보다 상품에 만족하지 않는 경우도 발생한다. 이럴 때는 교환이나 환불을 할 수도 있지만 그 과정이 번거롭고 복잡하다고 생각하는 개인적인 성격으로 인하여 해당상품이나 쇼핑몰에 대한 나 자신의 태도를 변화시키고는 한다. 구매한 행위를 되돌릴 수 없고 기존에 내가 상품에 기대하고 있던 생각과 실제 상품의 질이 불일치했기에 상품에 대한 태도를 바꾸고는 하였다. 사이즈가 맞지 않을 경우에는 원래 크거나 딱 맞게 입어야 되는 것이라고 생각을 한다거나 원래 이런 상품이 아닌데 이번에는 내가 상품을 택한 운이 없었다고 생각을 하는 것처럼 말이다. 결국 인터넷을 통해 내가 구매한 행위는 정당하였다는 점을 쇼핑몰과 물건에 긍정적인 평가와 동시에 나의 행동에 대한 태도를 변화시키면서 얻은 것이다. 이렇게 인지부조화 현상은 지속적으로 반복되면서 인터넷 쇼핑을 유지하게끔 만든다.

 

친구와의 관계에서도 이러한 인지부조화 현상이 충분히 일어날 수 있다. 가까운 친구와는 돈거래를 하지 말자는 주의를 갖게 된 사건이 있었다. 필자의 부모님께서 지인들에게 돈을 빌려주시게 되었는데 지인이 돈을 갚지 않으시자 그럴 리가 없다며 끝까지 의심을 하지 않으려고 하는 인지부조화 현상을 보이셨다. 자신이 돈을 빌려준 행동은 변화시킬 수 없고 돈을 빌려준 것은 변함이 없기에 돈을 되돌려 받고자 하는 희망적인 믿음이 채무자에 대한 믿음으로 일치된 것이다. 지인과의 관계를 소중히 여기는 마음과 돈을 되돌려 받고자 하는 마음에서 갈등하시는 부모님의 모습에서 인지부조화의 부정적인 면과 영향력을 관찰할 수 있었다.

 

이러한 개인적인 인지부조화 현상은 무조건적으로 좋다거나 나쁘다고 평가할 수는 없을 것이다. 개인적인 상황에 대한 인식과 행동, 태도 변화는 사람에 따라서 달리 이루어지는 것이기도 하며 통제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인지부조화 현상이 언론에서도 나타나는 것은 큰 사회적인 문제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처음에 말한 타진요사건으로 돌아가 보면 이때에도 결국에는 피의자들이 그렇게 믿음을 일치시키게끔 원인을 제공한 요인 중 언론의 영향력이 상당하다는 점을 볼 수 있다. 특히 일부 보수나 진보언론이 상대방에 대한 무조건적인 반응과 태도를 형성하는 보도 행태는 언론의 영향력이 사회 구성원 개개인에게 상당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바뀌어야 한다. 현재 한국 상황에서의 예를 들면 여권과 야권을 대표하는 대통령 후보들이 내놓는 정책들에 대해서 무조건 적으로 반대한다거나 상대방에 있는 후보가 객관적으로도 좋은 행동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왜곡해서 해석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언론 자신이 갖고 있는 믿음과 시각에 일치하지 않은 행동을 보인다고 해서 특정 후보의 대한 것을 언론사의 성격과 일치시켜서 생각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인지부조화를 통한 언행일치가 항상 좋은 법만은 아니란 것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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