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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시렁구시렁

공신력(Credibility)

사람들이 선사해주는 최고의 능력, 공신력

 


유재석과 노홍철이 방송 프로그램에 나와 서로 상반된 주장을 한다. 사람들은 유재석이 하는 말을 믿을까, 노홍철이 하는 말을 믿을까. 아마 일반적인 시청자의 입장에서 생각한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유재석이 하는 말을 믿을 것이다. 유재석이 더 유명해서 일수도, 그동안 TV에서 보여주었던 그의 이미지 때문이거나 개인적으로 더 호감을 갖고 있어서일 수도 있지만 그를 더 신뢰하는 이유는 매우 다양한 요소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은 확실하다. 이처럼 특정인이 하는 말, 행동, 이미지에 의해서 사람들은 그 사람에 대한 판단을 하게 되고 그를 신뢰할지에 대한 정도를 결정하게 된다. 이렇게 공중의 사람들이 갖는 믿음의 힘이 커질수록 한 사람에 대한 공신력은 높아진다.

 

공신력은 아리스토텔레스가 레토릭에서 강조한 화자의 태도와 카리스마 등을 의미하는 에토스(Ethos)’에서부터 유래한다. 사회적으로 널리 신용을 받을 수 있는 능력인 공신력은 자신이 갖고 싶다고 해서 가질 수 있는 게 아니다. 이는 즉, 수용자의 입장에서 판단된 것에 기반을 두어 형성되는 공신력의 특성을 보여준다. 수용자의 주관적인 생각과 판단으로 믿음이 형성되고 이때 믿음이 형성되는 과정에서 다양한 요소들이 작용하게 되는 것이다. 때와 장소, 목적에 따라서도 의미가 달라지며 신뢰의 정도가 달라진다. 또한 한번 형성된 공신력은 계속 유지되는 것이 아니라 시간의 흐름에 따라서 역동적으로 변할 수도 있다. 온 국민의 신망을 받던 황우석 박사의 연구 조작 사건이 일어난 뒤, 그에 대한 사람들의 신뢰도가 뚝 떨어진 것처럼 말이다.

 

다양한 요소로 구성되어 있는 공신력은 다차원적인 개념이다. 특히 그중에서도 사람들에게 신용을 주기 위해서 중요하게 작용하는 것이 전문성과 신뢰성, 선의이다. 특정 분야에 전문적인 내용과 지식을 갖고 전문성을 확보함으로써 사람들에게 신뢰를 얻을 수 있고 사람들이 듣고자 하는 말을 해주는 것처럼 선의를 갖고 배려를 하는 것이 더 직접적으로 공신력 형성에 영향을 미치게 되는 것이다. 이런 1차원적인 요소 외에도 사람의 매력, 호감도, 사회성, 말하는 침착성과 같은 2차원적인 요소도 공신력을 이루는 데 일조한다. 예쁘고 멋있는 매력 있는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는 공신력을 쉽게 형성할 수 있게 된다.

 

이러한 요소를 모두 갖추면서 공신력을 얻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다방면에 능하면서 그 능력을 유지할 수 있어야만 공신력은 존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디어를 통해서 볼 수 있는 인물들은 대개 그 사람이 미디어를 이용하여 만들어낸 이미지가 상당일수도 있기 때문에 이미 형성된 공신력을 신뢰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필자가 직접 보고 겪을 수 있는 실제 주변 지인 중 선배 한 명은 여러 사람들에게 공신력을 받고 있다. 그는 공신력의 다차원적인 개념을 꽤 많이 충족시키고 있었기에 그것이 가능하지 않았나 싶다. 우선 사회 전반적인 분야에 대한 상식과 지식이 해박하면서도 전공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 또한 상당히 깊으면서도 높은 수준으로 지니고 있다. 단지 있어보이게 말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그에 해당하는 전문성을 갖고 있는 것이다. 신문방송 전공에 대한 지식을 실제 현상에 접목시키며 설명하는 그의 모습은 전문성을 보장하게 된다. 물론 전문적인 지식수준의 깊이만을 따졌을 때는 교수님이나 다른 전문가들이 많지만 이외에도 그를 믿고 신뢰하는 여러 이유들이 존재한다.

 

아무래도 수용자의 주관적인 인식이 많이 반영되는 공신력의 특성상, 그에게는 사람 개개인에게 심어주는 호감 있는 인상과 알 수 없는 사랑을 끌어들이는 매력이 있다. 이로 하여금 사람들이 편히 다가가고 인식할 수 있게 함으로써 그의 말을 거부감 없이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이다. 외향적인 성격 때문에 주변 사람들과의 높은 친화력도 영향을 안 미칠 수 없다. 조모임을 하면서 처음 보는 사람과도 이미 알고 지내던 사람처럼 이야기할 수 있는 그의 재주는 사람들의 경계를 풀고 마음의 문을 열게 한다. 이런 식으로 많은 친구와 관계를 맺고 있는 그는 모든 사람들이 좋아할만한 사람으로 사람들에게 인식되고 이는 그에 대한 긍정적인 사회적 평가를 형성하게끔 하여 신뢰를 얻을 수 있게 한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공신력을 갖게 만드는 가장 큰 힘은 일관성이다. 역동적인 변화의 흐름이 존재하기 때문에 사람에 대한 인식과 평가는 시시각각 바뀌기 마련이다. 이러한 사람들의 평가와 판단을 일정하게 유지하면서 변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유일하게 일관성을 확보할 수 있는 방법이다. 그런 의미에서 필자의 선배는 대학에 들어와서 알아온 지 꽤 되었지만 지금까지도 필자가 그를 처음 만났던 때와 거의 변하지 않고 확고한 자세를 유지하고 있다. 어느 때나 상황에 처하더라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필자가 본받고 싶고 가고자 하는 길을 먼저 앞서가고 있기 때문에 주관적으로 편향된 인식이 영향을 미쳤을지도 모르지만 적어도 그는 일관되게 태도를 유지하기에 그의 공신력은 지속해서 유지될 수 있는 것이다.

 

이외에도 필자가 인식하지 못하는 여러 가지 요소들이 그의 공신력을 형성하고 있을 것이다. 사람들로부터 믿음을 얻고 좋은 평가를 받아야 형성되는 것이 공신력이기 때문에 객체의 특성인 전문성, 신뢰성, 매력, 호감도 등이 중요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보다 결국에는 수용자들의 인식, 판단의 주관성이 더 크게 작용하게 된다. 사람들의 마음이 더 중요해지는 것이다. 그렇기에 사람들과 어우러져 살아가는 사회에서 공신력의 의미는 점차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민주주의의 꽃인 투표를 통해서도 결국엔 얻고자 하는 것은 사람들의 마음이다. 사람들의 마음이 한데 어우러져 표현된 공신력은 사람들이 선사해 주는 최고의 능력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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