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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

어울리지 않는 단어의 조합. 가정과 폭력

엄마, 아빠. 부모님

이 말을 듣기만 해도 자동적으로 눈물을 흘리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최근 일어난 세월호의 아픔을 보지 않더라도 가족애만큼 절실한 것도, 한없이 따뜻한 것도 없으리라. 사회의 가장 기초 단위가 되는 가족은 그 구성원에게는 물론 이거니와 조직, 국가, 나아가 전 세계에 큰 중요성을 지니고 있다. 오죽하면 가정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는 말(가화만사성)이 있겠는가. 그런 가족이 최근 망가지고 무너지고 있다. 서로를 때리고 물고 뜯으며 마침내 사지로 몰아 죽음에 이르게 만드는 장이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출처:SBS 스페셜 홈페이지)


무언가족.

가족끼리 말이 없고 소통이 없는 현상을 본떠서 만들어진 신조어이다. 그만큼 가족들 사이가 예전 같지 않음을 의미한다. 더 이상 가족이 상징하는 바가 무조건 긍정적인 것만이 아닌 부정적인 부분도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전혀 관계가 없는 사람이 잘못했을 때보다 가족이 잘못했을 때, 더욱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냉혹한 가족의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 이른바 검은양 효과(black sheep Effect)’, 즉 내집단편향을 기초로 하여 자신과 가까웠던 사람이 집단으로부터 이탈시 부적강화가 일어나며 더 큰 분노 등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가족이라는 이름하에 일어나고 있는 폭력 또한 이러한 결과물 중에 하나이다. 최근 일어나고 있는 울산, 칠곡 계모사건도 여기에서 파생된 문제이다. 가족이기에 어쩌면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더 막대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물론 우리 사회는 이러한 가정폭력을 이미 4대 사회악으로 지정하여 관리하고 있지만 제어장치 없이 폭발해가는 활화산마냥 급속히 퍼져 문제화 되고 있다.

 


(출처: STCO)




폭력이 훈육 혹은 사랑의 매로 위장하였다고 본질이 달라지지는 않는다. 물론 인간의 본성이라는 것에 절대선과 절대악이 없듯이 사회를 구성하고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 사회에서 지켜야 하는 약속인 질서, , 도덕을 자녀에게 가르치는 것이 가정에서의 부모한테 요구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것이 오랜 기간 동안 훈육과 사랑의 매로서 어느 정도의 역할을 해왔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그렇지만 그것이 도를 넘어서는 폭력을 포함해도 된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특히 가정 폭력은 단순히 폭력을 통한 상처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부모와 아이에게 모두 충격을 줌으로써 더 큰 사회적인 문제를 야기 시키기도 한다. 이는 결국 가정 폭력이 모든 사회적인 폭력에 시초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굳이 가정이 아니더라도 아이들은 성장해오면서 끊임없는 폭력과 마주하게 된다. 민주주의 현실에서 지난 폭력들은 많이 사라졌다고 말하는 것은 잘 모르고 하는 소리이다. , 고등학교 시절 친구들과의 작은 알력 싸움에서 빚어지는 크고 작은 몸싸움에서부터 시작하여 남자들의 경우 군대라는 계급 사회의 조직 문화 아래서 흔히 말하는 군기를 잡기 위한 체력단련이라는 합법적인 폭력을 경험하게 된다. 여기서 끝나지 않고 사회에 진출하였을 때에도 폭력은 사라지지 않고 물리적인 폭력에서 정신적이고 언어적인 폭력으로 이어져 온다. 왕따, 인터넷 상에서의 사이버 불링, 익명성에 기반을 둔 마녀사냥에 이르기까지 폭력은 다양한 형태로 우리 사회에 내재되어 있는 것이다. 어떤 이들은 이런 다른 이름으로 위장한 폭력의 효과가 어느 정도 제한적이긴 하지만 즉각적으로 사회에 도움이 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폭력은 정당화될 수 없고 합리화 될 수 없다. 또한 그것이 본질적인 해결책인지를, 더 나은 방법이 없는지를 고민해보았느냐고 물어보고 싶다. 지금 이 순간에도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가해자와 피해자로 나뉘어 폭력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하면 어느 누구도 폭력이라는 이름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기에 나보다 더 약자인 이들에게 의도치 않더라도 폭력을 가하고 있는지 다시 한 번 되돌아봐야 하지 않을까.

 


폭력은 최소의 인간다움을 포기하는 가장 빠른 길이다. 특히 가정 폭력은 하물며 짐승도 자기 가족, 새끼를 때리거나 죽이지는 않는다는 점에 비추어 보았을 때, 짐승보다 못한 짓이라고 평할 수 있을 것이다. 가정이란 공간은 한껏 보듬어주고 지켜주어야 할 공간이어야 하는 곳이기에 그 안에 폭력이 있다는 것만큼 큰 아픔과 모순은 없을 것이다. 폭력은 또 다른 폭력을 불러오는 부메랑이 되어 우리 사회를 다시 멍들게 만들 것임을 명심하고 폭력이 또 다른 이름으로 변장하지 않도록 눈을 크게 뜨고 지켜봐야할 의무가 우리 모두에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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