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에서는 치료를 목적으로 수술을 할 경우 몸의 일부든 전체든 마취를 한다. 마취를 하지 않을 경우에 느껴지는 고통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치료가 모두 끝난 후, 마취가 서서히 풀리면서 밀려오는 고통은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를 것이다. 이렇게 치료를 할 때는 괜찮겠지만 이런 마취 상태가 평소에도 지속된다고 하면 어떨까? 아마 다쳐도 자신이 다쳤는지를 모를 것이기에 한시 빨리 마취에서 깨어 현실로 돌아올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이처럼 우리 사회도 현재 마취에 걸려있다고 볼 수 있다. 이를 깨우기 위한 약이 필요한 데, 바로 그 약이 아무도 정체를 모르게 사회에 투여된 ‘새정치’이다.
지금까지의 기존 기성정치의 문제 중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는 것이다. 마치 다른 세상에서 벌어지는 일 마냥 언론에 보도될 때가 다반사며 온통 정치인 자기네 밥그릇 싸움에만 혈안이 된 듯한 모습을 보여주는 경우도 부지기수였다. 이는 결국 민생과 동떨어져 있다는 기존 정치의 이미지를 형성하게 만들었으며 허무맹랑한 공약만이 현실에 난무하게 되었다. 새정치는 이런 문제점 안에서 태동되었으며 그것이 갖고 있는 가장 큰 특징은 ‘현실성’이라 할 수 있다. ‘새정치=현실정치‘ 공식 하에서 이념적 대결에 따라 실용적이고 현실적인 결과물을 도출해내지 못했던 것을 이루어내겠다는 큰 의지가 이 안에 담겨있는 것이다.
새정치가 현실정치를 표방해야 하는 이유는 지금도 우리 주변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주로 복지사각지대에 위치하고 있던 이들에 대한 무관심이 대표적이다. 공과금 낼 돈이 없어 방 안에서 쓸쓸히 죽음을 맞이했던 ‘송파 세 모녀의 죽음’이나 대기업 등쌀에 밀려 결국 자살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지역 소상공인의 상황들은 새정치를 가장 먼저 필요로 하고 있다. 정치인 개개인들의 사사로운 이익을 충족시키는 것이 아니라 나라, 공동체의 더 나은 현실을 고민하고 해결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 현실정치를 표방한 새정치가 추구해야할 방향인 것이다. 즉, 현실 정치에서의 현실성은 현실에서 실현가능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현실을 위한 것이 되어야 한다. 지금까지는 기존 정치 세력들이 사회에 마취를 시켜 국민들의 아픔을 모른 체 했다면 이제는 그 마취를 풀고 실제적인 아픔에 다가가 그것을 치료할 수 있는 약의 역할이 새정치에게 요구된다.
그런 면에서 이번 ‘기초선거 무공천’ 논란은 기존 기성정치의 문제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무공천 논란에서 무공천이 가져올 효과 및 장단점에 대한 논의는 배제된 채 이것이 단순한 정치적 싸움 형태로 변질된 점은 민생과 괴리된 소모적인 논쟁임을 명확히 보여주고 있다. 무공천과 공천의 차이는 선거에서의 후보를 선정하는 하나의 방식일 뿐이다. 그것이 결과적으로 지역 사회의 의견을 반영하여 서민들의 실생활을 더 나아지게끔 하는 것이 중요한 본질이다. 방식의 차이는 본질의 곁가지에 해당하는 것이다. 새정치를 추구하겠다고 대외적으로 표방하였음에도 불구하고 현실적으로 필요한 민생과 관련된 정책 대결은 없이 어느 누구의 힘으로 기본 규칙을 정하느냐에 함몰되는 모습을 보여준 것은 정당이 해야 할 의무를 외면하는 직무유기라고 볼 수 있다. 정치를 위한 정치가 아닌 현실을 위한 정치가 무엇인지를 다시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몇 년 전, ‘아프니까 청춘이다’라는 책이 인기를 끈 적이 있다. 청춘은 아프다는 공감을 가져오는 문구가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것이다. 이와 비슷하게 ‘아프니까 현실이다’라는 말이 요즘 사람들의 마음을 반영한 것이 아닐까 한다. 이상주의적인 방식만을 논하기에는 많은 국민들의 현실과 삶이 아프다. 새정치가 현실적인 약이 되어 아픈 곳을 치료해 줄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런 측면에서 정치와 정당은 의사 역할을 해주어야 할 것이다. 마취가 깬다면 지금은 아플지 모르지만 더 이상 악화되지 않고 건강한 현실을 가져다 줄 직접적인 치료가 현재 우리 사회에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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