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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시렁구시렁

동물원과 스데롯 시네마

동물원과 스데롯 시네마

 

어렸을 적, 소풍을 가거나 나들이를 갈 때 가장 설레고 재밌던 데를 꼽으라면 단연 많은 이들이 동물원을 꼽지 않을까 한다. 귀여운 동물들을 볼 수도 있고 어머니께서 싸준 맛있는 김밥을 친구들과 나눠먹으면서 뛰어놀 수 있는 그 곳! 조금은 커서 찾은 동물원은 좋았던 기억 속의 모습을 유지하고는 있었지만 역시나 그 때만큼의 감동은 찾아오지 않았다. 다만 동물들이 처한 현실과 그들의 시각을 새롭게 느꼈다면 느꼈다고 해야 할까. 제대로 관리되지 못하여 나는 냄새는 차지하더라도 쨍쨍한 하늘 아래서 힘없이 축 늘어진 그들의 모습을 보고 있으니 괜스레 마음 한 구석이 저려왔다. 동물원은 과연 가치적으로 옳은 곳일까? 동물들을 보호하고 관찰한다는 목적 하에 단순한 사람들의 호기심과 이익만을 챙기려고 사용되는 수단에 불과한 현실임에도 말이다.


 



동물들에 대한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시각 근저에 자리 잡고 있는 유사한 특징은 최근 SNS 상에서 퍼지고 있는 귀여운 동물들의 영상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물론 그 자체로 귀엽고 사랑스러운 동물들의 모습을 찍고 공유하는 것이 무조건 사람들의 이익, 시각에서만 바라보는 것이라고 말하자는 것은 아니다. 다만 개인적으로 조금 불편했던 진실은 자연스러운 모습 이외에 사람들의 손을 통해서 작위적으로 만들어지는 동물들의 귀엽고 애교 있는 모습에 사람들이 열광한다는 사실, 그 자체였다. , 동물들의 있는 그대로가 아닌 사람들이 보고 싶어 하는 모습을 연출하여 찍어서 보고 웃음으로써 좋은 모습의 동물들의 이미지만 형상화시키는 것이다. 이는 결국 정반대에 위치하고 있는 사람들이 보기 싫은 모습의 동물들, 사람에 입장에서 나쁜 행동을 하는 동물들에 대한 배척과 버림까지도 조장한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구경꾼, 방관자로서 동물들을 바라보고 있는 사람들의 시각이 문제이며 반려동물에 대한 책임감 없는 태도로 인하여 발생하는 유기견 문제도 이와 연속선상에서 발생하는 문제이다.

 

(제돌이의 꿈, 출처-서울대공원)


2013718. 이러한 우리 사회의 시각을 바꿀만한 일이 벌어졌는데, 다름 아닌 돌고래 제돌이의 방사가 이루어진 것이다. 이를 두고도 금전적인 부분 등과 관련한 논란이 많았지만 지켜봤던 사람의 입장에서 마음만큼은 편할 수 있었다. 동물원 안에 갇혀 있다고 볼 수 있는 동물이 다시 자연의 세계로 돌아갈 수 있었던 의미 있는 결정이었기 때문이다. 그동안 어렸을 때부터 돌고래 쇼를 봐오면서 들었던 불편한 점 중에 하나는 돌고래와 함께 즐기고 떠나는 사람들이 행복해라고 돌고래에게 외치는 그 한마디에 돌고래는 과연 뭐라고 느꼈을까? 정말 행복할까? 라는 의문이었다. 그런 점에서 1년이 지난 제돌이가 적어도 보기에는 행복하게 무리 속에서 생활하고 있는 모습이 자신이 살아야 할 곳과 살아야할 권리를 지켜주었다는 점에서 그저 보기 좋다. 이처럼 동물들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시각으로의 전환, 변화가 무엇보다도 중요하지 않을까 한다. 모든 소통은 상대방의 상황과 마음을 이해하고 상대방에 입장에서 생각하는 것을 전제로 하기 때문이다.

 

(스데롯 시네마, 출처-twitter)


다만 최근 이스라엘 가자지구에서 벌어지고 있는 한 장면을 보면서 다시금 요즘 거제 씨월드 안에서 쇼를 펼치고 있는 돌고래들이 떠올랐다는 점이 아이러니 했다. 일명 스데롯 시네마라고 명명한 이 사진은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를 향해 펼쳐지고 있는 공습을 마치 불꽃놀이 구경하듯이 사람들이 잘 보이는 명당에 앉아 즐기고 있는 모습을 담아내었다. 마음 속 저 밑에서부터 우려했던 일이 현실로 일어난 것 같아 소름이 돋지 않을 수 없었다. 이제는 동물들의 쇼에서 사람들의 쇼까지 확장을 해버린 사실에 말이다. 이러한 사람들의 기질이 단순히 동물을 넘어서서 사람을 향해서도 있다는 것이 어떻게 보면 더 근본적인 문제가 아닐까 한다. 이들이 바라보는 미사일 폭격, 학살은 단순한 놀이에 불과할 뿐인가? 로마 시대에 검투사 경기라고 되는 것 마냥 치부하는 그들의 시각과 자세가 정녕 변하지 못하는 사람들의 본성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는 것인가. 이들에게도 동물들의 시각에서 바라본 것처럼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입장에서 바라보았다면 이런 사태까지 이르지는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아직까지 거제도에서 돌고래를 만지고 체험하는 것이 인기를 끌고 있는 현실과 비교해 보았을 때 어쩌면 우리들 일상 내부에도 여전히 이러한 모습이 알게 모르게 존재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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