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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시렁구시렁

아빠의 자격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Like Father, Like Son. 2013)를 보고.

 

가족은 같은 피를 물려받은 혈족이라는 것 이외에도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라는 측면에서 보았을 때도 많은 이야기를 지니고 있다. 누구보다도 가깝지만 때로는 누구보다도 먼 사이가 될 수도 있는 가족은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제일 쉬운 듯 보이면서도 어려운 존재이다. 내가 누군가의 가족으로서 자격이 있는지를 확인해 볼 기회는 주어지지 않으며 우리는 그렇게 매 순간 순간을 살아간다. 어쩌면 가족의 자격이란 말 자체가 굉장한 모순을 담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출처: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공식블로그]



1. 피보다 진한 것은 없다? 낳은 정과 기른 정의 사이

존 레논이 자신을 키워 준 미미 이모를 좋아했지만 심적으로는 자신의 모인 줄리아에게 더욱 기댔던 것처럼 피는 물보다 진한 것일까? 흔히 드라마의 소재로도 사용되기도 하는 낳은 정과 기른 정의 차이는 웃고 넘길 수 있을 때는 모르겠지만 그것이 현실이 되었을 때에는 무엇보다도 울트라 핵폭탄 급의 위력을 지닌 문제가 된다.

소위 막장 드라마의 전형적인 소재로도 사용될 만큼 너무나도 뻔한 아이 바꿔치기(?)’를 다루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가 뻔해 보이지 않는 것은 소리 없는 감정의 절제 안에서 펼쳐지는 깊숙한 공감이 아닐까 생각한다.

대기업에 다니는 가장이 있는 도심의 소소한 가정과 한적한 마을에서 전기상을 운영하는 보잘 것 없는 다다한 가정의 비교. 영화는 그 안에서 갈등하는 한 아버지의 시선을 통해 자식으로서의 나와 아버지로서의 나를 보여주며 무엇이 옳은 결정인가를 끊임없는 문제제기를 한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케이타와 류세이, 두 명의 아이 사이에서 고민하는 것 자체가 모순이라고 생각한다. 단순히 영화 속에서 나오듯이 이는 너무나도 구시대적인 발상이지 않은가?)

 



2. 아직 어른이 되지 못했던 아들의 아빠가 되는 성장기

개인적으로 일찍이 아버지를 여읜 탓에 가정 내에서의 아빠라는 역할의 부재로 인한 무지가 무의식 속에 자리 잡은 지 오래였다, 좋은(?) 아빠에 대한 간접 경험은 해보려 해도 해볼 수 없기 때문에 아빠가 된다는 것은 아직 나에게는 먼 미래의 일이라 생각했다. 가정에서의 아버지 역할까지 다 해내야 했던 어머니를 보고 자란 나로서는 실제로 미래에 내가 아빠가 되었을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사실 아직 깊이 생각해본 적은 없다.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Like father, Like son)이란 영화의 제목처럼 영화를 통해 어떤 아빠가 되어야 할지를 조금이나마 간접적으로 느끼게끔 해주는 특별한 경험을 관객들에게 선사한다. 자식과 아버지의 관계, 자연스러운 스킨십, 권위적이지 않으면서도 아이의 진심을 느끼고 소통할 수 있는 아버지, 그럼에도 내 맘대로는 안 되는 자식의 모습에 실망하는 모습.

영화는 아직 제대로 된 아빠가 될 준비가 되지 않았던 아들이 이제는 자신의 아들에게 좋은 아빠가 되기 위해서 성장하는 모습을 그린다.

 

+아들과 함께 목욕 하는 시간, 즉 아이와 부딪히고 함께 보내는 시간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장, 그러면서도 아이의 육아를 위해서 돈을 벌어 와야 하는 가장의 역할 사이에서의 갈등. 어느 것이 더 중요할까?(물론 둘 다 중요하지만 말이다)


 


3. 감정의 과잉이 아닌 절제, 그렇기에 더 마음에 와 닿는 것이 아닐까?

한 발자국 떨어져서 보는 듯한 느낌. 오히려 이것이 나 자신의 모습을 들여다보게끔 한다. 나도 과연 저렇게 행동하고 생각하는 것은 아닐는지...

상대방의 집으로 향하는 과정, 그 곳에 갔다가 다시 되돌아오는 길 등 중간 중간 현장음이 사라진 채 J.S.Bach의 선율이 울려퍼지는 장면들은 공간으로부터의 격리를 더욱 극대화한다.

감정의 절제 속에서 흘리는 아빠의 눈물 한 방울은 모든 그의 마음과 그를 불렀던 아들의 마음을 나타내주는 것이 아니었을까

 


[출처: 상 동일]




*Comment

아이가 묻는 우리 시대의 진정한 아빠의 자격', 오 마이 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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