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단한 사과
새벽녘부터 쌀쌀한 바람이 온 몸을 휘감으며 불어나간다. 오늘 하루도 통근버스를 기다리며 사과를 한 입 베어 문다. 통근버스에는 나와 같은 목적지로 가는 사람들로 가득 차 있다. 마치 감옥으로 끌려가는 죄수마냥 사람들의 얼굴에는 활기를 찾아볼 수가 없다. 거울을 굳이 안보아도 그 중에 한 명인 내 얼굴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도착한 공장의 분위기는 삭막하다. 누구 하나도 말 한마디 하고 있지 않다. 엊그제까지만 해도 옆에서 같이 일하던 동료가 세상을 떠나갔기 때문일까. 이번이 11번째다. 기계와 다를 바 없는 하루 일과, 반복되는 노동에 사람들은 아무 생각 없이 오늘도 부품을 조립할 뿐이다. 부품이 조립되어 하나의 전화기로 만들어지는 데에 걸리는 시간은 불과 몇 분이 채 안 된다. 그렇게 만들어진 핸드폰은 전 세계 어디론가 누군가에게 가게 될 것이다. 사과가 존재하는 어느 곳에든지 말이다.
처음부터 이처럼 삭막한 분위기였던 것은 아니다. 이곳에 들어오기 위하여 수많은 사람들이 지원하고 들어오기를 원한다. 우리들도 그러한 지원자들 중에 하나였으며 합격 소식에 기뻐하며 이곳 저곳에 자랑을 하기에 바빴다. 그만큼 이곳에 들어온다는 것은 치열한 경쟁을 뚫고 능력을 인정받아 선택되었다는 것을 의미하였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생각보다 많은 업무에 힘들어하였으나 땀의 결실로 받는 수당을 보면서 그 힘든 순간을 잊을 수 있었다. 또한 주위에서 부러워하며 바라보는 시선, 그리고 무엇보다도 보살펴야할 가족을 생각하며 참아냈다. 그러나 그것은 얼마가지 못하였다. 그들이 알고 있던, 바라마지 않았던 사과는 결코 달콤한 사과가 아니었다.
사과는 누구에게나 똑같은 사과가 아니다. 맛있는 달콤한 사과일수도 있고 내가 아침에 먹은 아침식사 대용 사과일수도 있고 핸드폰 사과일 수도 있다. 여기에는 간단한 사실(Simple fact)이 존재한다. 그것은 바로 사과는 단단하다는 것이다. 그 어떤 것에도 흔들리지 않고 부서지지 않으며 심지어 사람마저도 산산조각 낼만큼 말이다. 내 손안에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것이 어느 순간 독이든 사과로 변할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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