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쪽에서 불어오는 차가운 바람이 뺨을 스쳐 지나간다. 오늘따라 유독 차갑게 느껴진다. 뒤로는 당신께서 좋아하시던 찬송가가 오늘따라 서글피 울려 퍼진다. 당신은 이북5도민의 실향민들을 위한 이 공원에 잠드시길 원하셨다. 잠드셔서라도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계속하고 싶어서였을까. 이곳에 잠든 이들의 통일을 갈망하는 한이 가슴을 울린다.
병원에 계실 때에도 당신은 자주 북쪽을 바라보시곤 하셨다. 주어진 시간이 이제는 얼마 남지 않았다는 사실을 아셔서 그러셨는지는 모르겠다. 이따금 창밖을 바라보시며 내게 말씀하시곤 하였다.
“금강산 갔을 때에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단다. 금강산에서 바라본 하늘은 정말 일품이었지! 그곳에서 조금만 더 가면 내가 태어나고 살았던 고향인데…허허허….”
“곧 가실 수 있으실 거에요!”
“네 말대로만 된다면야…좋겠다만은…허허허…”
“내 마지막 소원이란다, 얘야.”
아직 기력이 남아있는 당신의 눈에는 옛 시절에 대한 향수로 가득 차 있는 것 같았다. 금강산 얘기를 하시면서 밝아지시던 표정이 보는 이로 하여금 더욱 가슴 아프게 한다. 함경북도, 할아버지의 이북 고향이자 6·25 전쟁 중 남한으로 내려오시면서 버려두고 떠났던 그 곳. 이제 다시는 갈 수 없는 그 곳. 수많은 실향민들의 가슴속에는 고향에 대한 그리움이 남아있을 것이다. 고향을 ‘안’가는 것이 아니라 ‘못’가는 실향민들의 마음속을 그 누가 알 수 있을까.
통일 전망대에서 바라본 이북은 조용하기만 하다. 그 누가 저곳에서 핵을 만들고 사람들이 굶어 죽어가고 있을까를 상상이나 할 수 있으려나. 적막에 쌓여있는 그 곳으로 당신께서 가신다. 그 어느 때보다도 행복한 미소를 띤 채 가시는 뒷모습을 보니 얼마나 돌아가고 싶어 하셨는지를 알 수 있을 것 같다. ‘고향에서 본 하늘도 아름다운 가요, 할아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