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여행, 착한여행, 책임여행
공정여행
- 박경철의 ‘문명의 배꼽, 그리스’를 읽고 나서
떠나요~ 둘이서~ 모든 걸 훌훌 버리고~
자! 떠나자~ 동해바다로~
일상에 얽매여 있는 우리는 항상 일탈을 꿈꾸고는 한다.
하루하루가 똑같은 나날 속에서 일상을 벗어나는 이들이 선택하는 것은 바로 여행이다.
저마다의 목적을 가지고 어디론가 떠난다는 것, 내가 익숙하지 않은 곳에서 잠자고 새로운 사람들을 만난다는 것. 그 자체만으로도 마음속은 두근거림으로 가득차고 설렘을 가져다주기도 한다. 여행을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누구나 자신이 꿈꿔온 여행이 있기 마련이다. 어디로 가든 어떻게 가든 상관없이 자신의 머릿속 상상으로 펼쳐보는 것만으로도 입가에 웃음이 나게끔 하는 '드림 여행(Dream Travel)'. 과연 이 드림여행을 실제로 떠난다면 그 기분을 어떨까.
박경철 교수가 꿈꿔온 여행은 바로 그리스에서의 니코스 카찬자키스(이하 카찬자키스)와 함께하는 여행이다.
‘그리스인 조르바’의 저자로도 잘 알려진 카찬자키스는 그리스의 풍경과 역사에 대해서
그의 작품(‘문명의 배꼽, 그리스‘ 박경철 저, 리더스북)에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다.
문명의 배꼽, 그리스. 박경철 지음
(출처: yes24.com)
어려서부터 가장 인상 깊게 읽은 작품과 저자가 그리스와 관련되어 있다 보니 박 교수는 바로 그 나라에서 기운을 느끼고자 한 것이다. 펠로폰네소스에서 처음 시작하는 이번 여행기에서 박 교수는 카찬자키스의 입을 빌려 그리스 신화와 역사에 관한 자신의 작품을 써내려간다. 저자 자신만의 특별함을 가지고 있지 않았더라면 일반 여행 상품에 있는 루트를 따라서가는 누구나 경험해봤을 여행을 했을 것이다. 과거에 흥했던 그리스의 모습이 실루엣처럼 지나가면서 다시금 만들어지는 역사, 과거와 대조되는 작금의 그리스의 모습도 같이 투영시키면서 저자는 도시, 장소, 유적이 갖고 있는 스토리를 중심으로 여행과 이야기를 해나간다.
그리스, 올림피아
개인적으로 필자에게 박경철 교수의 그리스와 같은 나라는 스위스이다.
알프스 소녀 하이디가 살고 있는 알프스 산맥이 자리 잡고 있으며 아인슈타인이 죽기 전 여생을 보내고 마무리했던 곳이기도 하다. 스위스가 갖고 있는 아름다운 자연 경관에 매료된 것이 스위스를 여행하고 싶은 가장 큰 이유이다.
하얀 설원의 융프라우와 파란 하늘이 만들어내는 풍경은 감탄을 하지 않을 수 없도록 만든다.
(물론, 사진으로만 보았는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스위스
(출처: ttearth.com)
이렇게 여행은 어디로 떠나는 것도 중요하지만 요즘은 ‘어디로’이기보다는 ‘어떻게’ 여행을 즐길 것인지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또한 단순히 휴식을 취하고 놀러가는 것의 목적을 두는 것만이 아니라 여행을 가는 지역 사회에 이바지 하고 같이 이익을 얻을 수 있는 ‘공정 여행’ 혹은 ‘착한 여행’이 새롭게 등장하였다. ‘책임 여행’이라고도 불리는 공정 여행은 현지인이 운영하는 숙소에서 묵거나 현지에서 생산되는 음식을 구입하는 등 지역사회와 상생할 수 있는 방법을 여행을 통해서 실현하는 것이다. 특히 현지 환경을 오염시키지 않고 현지인에게 이익이 돌아가게끔 하는 여행에 상당한 의의가 있다.
공정 여행 (출처: 트래블러스맵)
여행을 할 때에는 특정한 나만의 테마를 가지고 떠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보는 데, 공정 여행(착한 여행) 만큼 적당한 테마가 또 있을까 싶다. 자연스럽게 현지인들과 어울리게 되고 그 안에서 사람들과의 관계가 형성되기 때문에 사람과 사람간의 연이 생기는 것이다. 물론 이 과정에서 어느 정도의 불편함을 감수하여야겠지만 여행이라는 특성상 평소에 해보지 못한 것, 해볼 수 없었던 것들을 하면서 만날 수 없는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 묘미이기 때문에 어찌 보면 더욱 얻어가는 것이 많다고도 볼 수 있다.
*공정 여행 십계명
1. 현지인이 운영하는 숙소와 음식점, 교통편, 여행사를 이용한다.
2. 멸종 위기에 놓인 동식물로 만든 기념품(조개, 산호, 상아)은 사지 않는다.
3. 동물을 학대하는 쇼나 투어에 참여하지 않는다.
4. 지구온난화를 부추기는 비행기 이용을 줄이고, 전기와 물을 아껴 쓴다.
5. 공정 무역 제품을 이용한다. 지나치게 가격을 까지 않는다.
6. 현지의 인사말과 노래, 춤을 배워 본다.
7. 여행지의 생활 방식과 종교를 존중하고 예의를 갖춘다.
8. 여행 경비의 1%는 현지의 단체에 기부한다.
9. 현지인과 한 약속을 지킨다. 약속한 사진이나 물건은 꼭 보낸다.
10. 내 여행의 기억을 기록하고 공유한다.
하지만 공정 여행의 이면에는 서방 세계의 시각이 내재되어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선진국에 해당하는 경제적으로 잘 사는 나라의 사람들이 상대적으로 못 사는 사람들에게 베풀어주고 이들을 위한 보상을 해주었다는 당위성을 제공해줄 수 있기 때문이다. 어느 순간 우리나라, 대한민국 국민들도 선진국의 반열에 오른 뒤부터 실제 우리보다 못 산다고 인식되는 후진국 사람들이 갖고 있는 생각과 느끼는 감정에 대해서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렇기에 과연 그것이 진정으로 지역주민들을 배려하는 것일까에 대한 방법적이면서도 본질적인 고민을 해보아야 할 것이다.
실제 어느 NGO 단원의 말마따나 현지 NGO들의 네트워크를 이용한 공정여행은 여행 상품으로서 돈이 될 수 있는 가치를 충분히 지니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만큼 일반 여행에 질려하고 실제적인 여행을 원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음을 의미하는 것이리라. ‘물질의 소비보다는 여행에서 사람을 만나는 것을 조금 더 소중하고 즐겁게 여기는 여행’인 공정 여행, 착한 여행은 추구해야함이 마땅한 여행이다. ‘걸어서 세계 속으로’라는 여행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을 보았을 때, 그 안에서 PD들이 즐기는 여행이야말로 공정 여행을 대표적으로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그 지역 사람들이 살아가는 소소한 모습에서부터 집 안의 구조 등에 이르기까지, 그들이 아니면 모를 모습들을 경험하고 같이 나눌 수 있다는 것이 매력적이지 않은가. 이제는 나 자신만을 위한 여행이 아닌 나,너,우리 모두를 위한 여행을 떠나보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