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색

스틱(Stick)_메시지의 구체성(Concreteness)

럴균 2012. 12. 26. 16:00

메시지는 구체적이어야 한다.


 From.

STICK 스틱!

 : 1초 만에 착 달라붙는 메시지, 그 안에 숨은 6가지 법칙 

칩 히스,댄 히스 공저/안진환,박슬라 공역 | 엘도라도 | 원제 : Made to Stick

 


사람들은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자신이 먼저 알려주기 전에 상대방이 먼저 알아주기를 바란다. 특히 남녀 관계에서 이러한 상황은 자주 발생한다. 화가 난 여자를 달래주기 위해 남자는 연신 잘못했다고 하나 여자는 무얼 잘못한지는 아냐며 더 토라지고는 한다. 이 때, 일반적으로 여성들은 자신이 삐친 이유에 대해서 상대방인 남자가 알아주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게 된다. 하지만 남자들은 무엇을 잘못하였는지, 무엇 때문에 여자가 화가 나게 된 이유를 도통 알아내지 못한다. 남녀 간의 인식이나 시각의 차이가 존재할 수도 있겠으나 메시지 전달과 설득의 측면에서 이를 바라본다면 굉장히 애매하고 모호한 특성을 지니고 있다 할 수 있다. , 메시지의 구체성이 부족한 것이다.

 

남녀 간의 관계로 특화되긴 하였지만 사람과 사람사이의 관계에서 메시지를 전달하고 수용하는 방식은 매우 다양하다. 이러한 방식의 차이에 따라서 본래 메시지의 의도나 의미는 왜곡되고 변질된다. “알아서 해, 적당히 해, 알맞게 맞춰등의 말은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서 그 의미가 달라질 수 있다. 또한 사람들은 대화는 나누고 있는 와중에도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것인지 이해를 못할 때가 많다. 이럴 때의 대부분은 의미를 알기 어려운 전문적인 용어를 사용하거나 추상적인 개념을 사용하는 경우이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메시지에 대한 구체성이 필요하다. 실제 사례를 통한 예시를 보여준다던지, 의미의 적용범위를 제한시키면서 구체적인 이미지를 형성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사람들이 기억하기 쉽게 묘사함으로써 메시지 수용에 대한 이해를 도와 상대방을 보다 쉽게 설득시킬 수 있는 것이다.

 

메시지가 전달하는 내용의 구체성은 일상생활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날씨가 갑자기 쌀쌀해진 어느 날, 필자는 친구와 밥을 먹기 위해 여러 식당을 살펴보고 있었다. 딱히 정해놓은 메뉴가 없었기에 돌아다니면서 먹고 싶은 것을 먹고자 하였다. 식당들은 50년 전통, 원조, 대박 맛집, 신선함 등을 내세우면서 손님을 끌어모으고자 하고 있었다. 추상적이면서도 어디에서나 있을 법한 문구는 식당의 음식이 맛있다는 인식과 연결되기 힘들었다. 식당들의 설득이 통하지 않고 있을 때, 한 두부 집의 문구가 눈길을 사로잡았다. ‘당일 만드는 담백한 두부라는 글귀는 신선하고 건강한 두부의 이미지를 떠올리게 하였다. 그와 동시에 창문을 통해 보이는 맷돌로 콩을 가는 모습은 실제로 직접 만들고 있다는 것을 증명시켰고 왠지 모르게 더 맛이 있을 것만 같은 생각이 들었다. 친구와 필자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그 두부 집에 들어갔다. 이 식당은 두부라는 음식 재료를 문구와 맷돌의 이미지를 통해 구체화 시킨 것이다.

 

화장실에서도 메시지의 구체성을 확인할 수 있다. 화장실 안에서 우리는 청결한 사용을 부탁하는 문구를 자주 보고는 한다. 직설적으로 화장실을 깨끗이 사용합시다.’에서부터 화장실을 깨끗이 사용하는 사람이 아름답습니다.’, ‘모범 시민은 화장실에서부터 시작합니다.’로 간접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하지만 이 문구가 가져오는 효과는 크지 않다. 문구가 있는 화장실 바닥은 오물로 더럽혀져 있고 메시지를 수용하고 설득당해야 하는 이용자는 신경도 안 쓰는 듯한 모습을 보인다. 추상적인 수준의 메시지는 도덕 교과서에서나 나올 법하여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지 못하고 제 역할을 못해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화장실 소변기에 이상한 벌레 모양이 새겨져 있는 것과 함께 반 발짝만 앞으로라는 보게 되었다. 나도 모르게 반 발자국 앞으로 가게 되었고 볼 일을 마친 뒤에야 벌레가 그려져 있는 이유를 알게 되었다. 사람들은 깨끗하게 화장실을 사용해야 한다는 인식은 충분한 학습을 통해 하고 있지만 실제로 행동으로 옮기지는 않는다. 그렇기에 이를 반복하기 보다는 오히려 귀여운 이미지와 함께 문구를 제시함으로써 깨끗이 쓸 수 있는 방법 중의 하나인 행동을 유도한 것이다. 그 결과, 화장실 바닥과 시설이 다른 화장실에 비해서 눈에 띠게 덜 더렵혀진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물건 구매와 소비를 유도하는 것은 사람들을 설득하기 위한 가장 대표적인 경우 중에 하나이다. 필자는 인터넷 쇼핑몰을 통하여 쇼핑을 가끔씩 하곤 하는데, 그럴 때마다 이용하는 쇼핑몰이 따로 있다. 일반적으로 인터넷에서 물건을 구매하고자 할 경우에, 쇼핑몰은 물건의 사진을 올리고 규격과 같은 제품 사양을 올리면서 구매를 유도하기 위한 물건에 대한 칭찬을 같이 하곤 한다. 특히 옷의 경우 멋있다, 따뜻하다. 세련되다등 옷의 구체적인 기능과 특징을 나타내고자 한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소비자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구매까지 이르게 하기에는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필자가 이용하는 쇼핑몰의 특색은 바로 소비자에게 맞춘 옷의 구체성을 강조하는 것에 있다. 장소와 목적, 시간에 맞춘 구체적인 묘사를 해줌으로써 이 옷이 아니면 안 되겠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것이다. 또한 쉽게 기억할 수 있어 시간이 지난 뒤에라도 구매할 수 있게 만든다.

 

이처럼 설득과정에서 각 상황, 장소별 메시지의 높은 구체성은 설득을 이루어내기 위한 중요한 조건이다. 그러나 너무 구체성만을 강조하다보면 맥락에 맞지 않는 효과를 가져 올 수도 있다. 최근 모 교수의 생식기 발언사건은 그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이다. 단어의 구체성을 의도한 목적은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고 사람들의 이해를 돕기 위한 구체성의 목적과 부합한다. 하지만 너무 지엽적인 부분에서의 구체성을 높이고자 하였고 이는 결과적으로 해당 단어만을 강조하게 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된 것이다. 이러한 부작용을 막고 구체성에 의도와 효과를 살리기 위해서는 메시지의 전달과 수용이 쉽게 이루어져야 한다. 잘 썼다고 평가받는 글은 읽기도 쉽다. 이는 말도 마찬가지여서 말하고자 하는 바를 구체적으로 전달함으로써 상대방이 메시지의 의미와 의도를 이해하기 쉽게 해주어야 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메시지는 구체적이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