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하다

너나 잘해

럴균 2014. 4. 18. 16:12

전화기가 뜨겁다. 이미 몇 시간이 지나갔는지도 모를 정도로 나의 연애 상담을 계속되고 있다. 그 때,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허세 가득한 친구의 목소리가 나의 멍한 정신을 일깨운다.

거기서 그렇게 행동하면 안 되지! 너는 생각이 있는 거니 없는 거니?”

우연치 않게 걸려온 친구의 전화에 시작된 이야기였지만 내가 이런 소리까지 들어야 되나 싶은 정도로 잘못한 게 맞는 건지 의구심이 든다. ‘너나 잘해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나왔지만 겨우 눌러내었다. 허세심이 하늘을 찌를 듯 하는 이 친구는 지금까지 연애한 번 못해본 모태솔로이기 때문이다.

 

허세라는 단어가 쓰인지는 그리 오래 되지 않은 것 같다. 그렇지만 어느 순간부터 허세에 어울리는 사람들이 점차적으로 등장하게 되었고 이는 하나의 사회적인 현상으로까지 이어져 왔다. 보통 허세라는 말은 없어도 있는 척, 몰라도 아는 척하는 경우에 주로 쓰인다. 이런 허세를 가진 친구들은 남 앞에서는 모든 척을 하면서 자신의 우월감을 보여주려 하지만 실제 허세에 해당하는 내용을 할 수 있는 상황이 주어졌을 때는 그 기회를 제대로 살리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시쳇말로 실속이 없다고 말할 수 있겠다.

 

문제는 다른 곳에 있다. 바로 정작 허세가 있는 그들 스스로가 자신의 행동이 허세라는 것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요즘 이런 허세를 가진 사람들이 우리 주변 중요한 곳에서 눈에 띄게 늘어가고 있다. 여의도 어딘가에 민생을 살리겠다면서 기업의 규제개혁에만 앞장서고 서민의 생활은 제대로 돌보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는가하면, 경기도 어딘가에는 버스를 공짜로 타게 해주겠다고 큰소리를 뻥뻥치면서 실제로는 그것을 실행시킬 수 있는 돈은 하나도 없는 사람도 있다. 그런 점에서 이렇게 눈치 없으면서도 자기가 제일 잘난 줄 아는 허세 중의 으뜸은 누가 뭐래도 이북에 있는 김정은 동무이지 않을까 한다. 있는 척, 안 무서운 척, 잘 사는 척, 유쾌한 척 등 온갖 허세를 부리고 있는 허세남 김정은은 자기들의 현실에는 안중에도 없고 먼저 내민 손도 뿌리침으로써 허세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고 있는 것이다.




 

벌거숭이 임금님이라는 동화 속 임금님도 허세로 가득한 캐릭터 중에 한 명이다. 백성들의 삶에는 신경도 쓰지 않은 채 외모에만 신경 쓰는 모습은 현 시대의 허세남을 떠올리게끔 한다. 재단사의 말에 속아 벌거벗고 도시를 활보하기에 이르기까지 벌거숭이 임금에게 어느 누구하나 사실을 말해주지 않고 임금은 백성들에게 조롱을 받게 되고 결국에는 어린이에 의해 사실이 밝혀지게 된다. 이렇듯 허세를 가진 사람들의 말로는 좋지 않은 결과로 귀결됨을 보여준다. 특히 허세 있는 개인이 중요한 위치에 있는 경우라면 그 파장이 더욱 커지게 된다. 결국 허세를 극복하는 방법은 임금님에게 사실대로 말한 어린이처럼 주위 사람들의 충실한 조언이 해답이다. 이는 현 정부에 있어서도 중요한 일갈이 될 것이다. 이북의 허세남을 상대하기 위한 방법이기도 하거니와 내부적으로도 만기친람하는 국가의 수장이 허세에 빠지지 않고 국민들을 잘 보살필 수 있도록 하는 해법이 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조언이란 조언을 듣는 상대방이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하기 때문에 그 내용은 상대방에게 때에 따라서는 기분 나쁘게 들릴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그 조언을 받아들이고 고칠 수 있는 것은 상대방에 대한 이해와 진정성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그런 측면에서 너나 잘해라는 말은 조언이라고는 볼 수 없을 것이다. 이는 상대방을 위하는 마음보다는 상대방에 대한 비꼬는 마음을 담았기에 오히려 비난으로 보는 것이 맞지 않을까. ‘너나 잘해가 아닌 너도 나도 잘하자라는 마음으로 말해줄 때, 그 말이 조언이 될 수 있을 것이다.